남녀가 결혼을 할 때 각자의 세계에서 형성된 다른 가치관과 그에 따른 다양한 기대를 갖고 온다. 이런 기대가 잘 표현되고 받아들여질 때 부부관계는 순항을 하지만 표현되지 않거나 거절당할 때 부부생활은 갈등관계로 전락기 쉽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기대를 적절히 표현하기 쉽지 않거나 다른 여러 요인들에 의해서 왜곡되기 쉽다는 것이다. 당연히 배우자가 알것이라는 기대를 하거나, 지나친 기대를 거는 경우도 있으며,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가 기대에 투사되어 배우자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도 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젊은 부부가 가사 분담 문제로 자주 싸우다가 이혼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자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아버지가 틈나면 어머니를 잘 도와주는 가정에서 자란 아내는 남편이 직장에서 집에 돌아오면 당연히 가사 일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가정 밖의 일은 남편의 책임이고 가정 안의 일은 아내의 책임이라는 보고 자란 남편은 집안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둘 만 살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아이를 낳게 되고 점점 가사 일이 늘어나자, 아내는 점점 짜증을 부리고 화를 냈다고 한다. 남편은 아내가 가사 일이 많다는 것은 이해했지만 자신 역시 직장일에 시달리다 보니, 집에 오면 쉬고 싶었고, 특별히 요청하지 않으면 모른척 했다고 한다. 그러다 아내의 불평과 화가 더욱 빈번해지면서 아내에게 “그러면 대신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지 그러냐”고 고함을 쳤다고 한다. 사실 남편이 전혀 가사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주말에는 쓰레기 버리는 것이나 간단한 설거지 정도는 가끔했다고 했다. 결국 서로 의례히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자 감정만 내세우고 싸움만 하게 되었다는 했다.

부부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부부들이 냉정하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오해를 일으키게 되고 결국 불필요한 감정싸움만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이런 부부들은 주로 말을 하지 않아도 적어도 부부간에 애정이 있거나 상식이 있으면 당연히 알겠거니 하는 자기 중심적인 생각을 하거나, 지나친 기대나??비합리적인 기대를 갖는 경우도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결혼 이전에 경험한 상처때문에 왜곡된 기대를 갖는 경우도 없잖아 있다. 가령, 어렸을 때 고함치면서 싸움을 자주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배우자는 상대 배우자가 언성이 조금만 높아져도 심한 분노를 느끼기 때문에 원래 목성이 큰 남편의 화난 목소리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과민 반응을 하는 경우나, 항상 깔끔하고 잘 정돈된 가정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지저분하거나 물건이 제자리에 있지 않는 것을 참지 못하는 배우자는 상대 배우자에게 그와 같은 수준을 요구하는 경우 등이 그런 경우일 것이다.이런 기대들은 충족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행복한 부부생활을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기대가 무엇인지 자주 대화를 통해서 확인해야 한다. 가령, 함께 보내는 시간, 친구관계, 친척관계, 금전관계, 의사결정, 성생활, 자녀교육, 종교생활 등과 같은 영역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 자주 확인을 해야만 기대에 대한 오해로 갈등이 생기지 않을 뿐만아니라 서로가 만족할 만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

다음은 부부간에 어떤 기대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항들이다.

첫째, 자신이 갖고 있는 기대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기대가 분명하지 않을 때는 생활중에서 어떤 영역에서 불만을 느끼는지 알아보면 된다. 왜냐면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불만이나 실망을 느끼기 때문이다.

둘째,자신이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많은 부부들이 합리적이지 못한 기대를 갖는 경우
가 적지 않다.가령, 활동적이고 외향적인 아내에게 하루 종일 가정안에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나,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남편이 일이 끝나면 항상 바로 집으로 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인 기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셋째, 자신의 기대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기대가 무엇인지 아는 것 뿐만 아니라 상대 배우자에게 분명하게 표현해야 한다. 상대배우자가 당연히 내 생각을 알겠지 하는 추측을 하거나??기대에 어긋났을 때 자기 중심적으로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자신의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더라도 상대배우자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연애시기나 신혼기가 행복한 이유는 아마도 상대방의 기대에 민감하고 기꺼이 충족시켜주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받기 보다는 먼저 주는 자세는 결국 서로가 보다 만족한 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결혼을 할 때 대부분의 부부들을 각기 모종의 기대를 함께 가지고 온다. 그런데 그 기대들을 다른 가치관과 경험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서로 표현하지 않으면 잘 알수가 없다.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부부생활은 불만으로 채워질 수 밖에 없다. 서로의 기대가 무엇인지 자주 확인하고 충족시켜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행복한 결혼생활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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