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은 항상 바빠요. 심지어 집에 있을 때마저도 컴퓨터 앞에 앉아있거나 셀폰을 쳐다보고 있어서 말을 걸기가 힘들어요. 마치 우리는 한 지붕에서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차라리 이렇게 살기보다는 혼자 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요.”

“ 아내는 항상 짜증을 내고 화를 내기 때문에 이제는 말을 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있는 것이 이 관계를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되요”

8년 전에 짧은 연애 끝에 결혼한 30대 중반의 부부가 서로 토로한 불만들이다. 두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 만났기 때문에 빨리 집도 장만하고 재정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환경을 만들자는 생각에 서로 일치했고 그 목표를 위해서 정신없이 일을 했다. 처음에는 무엇인가 이루어간다는 희망과 설렘으로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점점 반복되는 생활의 지루함과 만성적인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더욱이 서로 같이 음식을 만들기보다는 외식을 하거나 직장에서 오늘 길에 음식을 사와서 먹는 경우가 많아졌고, 영화나 드라마를 함께 보기보다는 각자의 셀폰이나 컴퓨터에서 보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다. 그런데 서로 함께 하는 것들이 줄어들면서 대화도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반면에 사소한 것들에 대한 의견차이로 목소리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주로 아내가 자주 불평을 했고, 남편은 처음에는 같은 목소리로 대꾸를 하다가 나중에는 점점 갈등이 커지는 것을 느끼면서 침묵으로  일관하기 시작했다.

많은 부부들이 사랑과 믿음안에서 평생을 함께할 결심으로 결혼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 만났을 때의 간절한 감정과 생각들은 서서히 퇴색되고, 급기야는 후회와 실망속에서 살아가는 경우를 주변에서 적지 않게 본다. 행복한 가정에 대한 설레임과  큰 기대를 갖고 출발한 부부생활이 의도와 달리 시간이 흐르면서 실망과 좌절로 채워지는관계로 변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어떤 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지 않는 것이 없듯이 아무리 깊은 사랑이나 깊은 믿음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없으면 변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부부생활의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결혼생활이 처음에 느낀 사랑만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한입으로 말하고 있다. 사랑은 두 사람이 다른 삶을 출발하도록 도와주는 기폭제 역할을 할 뿐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료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너무 다른 성향의 사람이 만나 부부관계가 된다는 사실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데 사랑의 감정만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서로 다른 성격, 가치관, 행동방식등이 이해와 수용 그리고 타협을 수반하는 조율과정을 통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좋았던 감정은 점점 갈등과 실망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누구와 결혼했냐는 것보다 결혼 이후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수많은 문제들 앞에서 갈등없이 잘 해결해가느냐에 따라 행복한 결혼생활이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부부들이 갈등이 생길 때  잘못된 만남이었다거나 처음은 그렇지 않았는데 변했다는 말을 하는데, 이런 말들은 서로의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이 부족했다는말로 해석해도 틀리지 않는다. 다시말해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결국 생활속에서 다양한 문제들을  갖게  마련이며, 해결할 능력이 부족하면 결국 비슷한 푸념을 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해결능력은 서로의 차이에  대한 이해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능력이며, 삶의 동반자로서의 존중과 배려의 능력이며, 서로의 부족한 것에 대한 인내와 용서의 능력이며 , 꾸준이 사랑하고자 하는 노력을 말한다. 다시말해서 배우자의 감정이나 생각에  대해서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갖고 배려를 하느냐에 따라서  만족한 관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부부가 함께 일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대생활에서 항상 시간에 쫏기고, 지치다보면, 자칫 눈앞에 있는 현실 적인 삶에만 몰두하게 되고, 쉽게 배우자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가 뒷전으로 물러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행복한 결혼 생활이라면 위와 같은 노력은 결코 무시될 수 없는 중요한 것들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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