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팬데믹을 겪으면서 진행된 급격한 사회변화는 상담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사무실에서 주로 이루어지던 대면상담이 화상상담으로 바뀌고 있고, 펜과 종이가 더 이상 필요없는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기계에 익숙하지 못하는 사람은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나이 든 사람들은 방문을, 젊은 세대는 화상채팅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온라인상담이 접근성, 시간절약, 안정감 등과 같은 여러 장점들도 있지만 제도적으로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갑자기 시행되면서 전문가나 상담이용자들에게 적지 않는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역과 시간에 상관없이 상담을 할 수 있다는 특성을 악용한 온라인 상담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대면상담보다 온라인 상담을 부추기는 환경이 상담의 효과성 및 효율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들도 일어나고 있다.
효과적인 상담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지식 뿐만 아니라 상담자와 피상담자의 신뢰관계 및 공감형성도 중요하고, 말로 표현되는 메세지와 무언의 행동으로 표현되는 메세지로 구성되는 효과적인 의사소통도 중요하다. 전화기나 컴퓨터를 통한 상담은 위와 같은 중요한 요소들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안전하고 방해받지 않는 전문적인 장소가 아닌 일반적인 생활공간에서 상담이 이루어질 경우, 집중문제, 산만성, 개인의 정보 유지, 송수신 문제, 기기의 성능 등이 상담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다른 온라인상담의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문제다. 온라인에서 주고 받는 개인의 민감한 정보는 보안이 취약한 프로그램이나 기기로 정보유출이 생겼을 경우 그에 따른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런 문제 때문에 온라인 상담을 할 경우 개인의료정보 관리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 전문가 및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따라서 의료정보유출에 대한 법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많은 사람들이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 Zoom, Kakao, Skype 는 HIPPA( 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1996년에 제정된 의료기록 및 다른 개인신상정보 보호에 관한 법령)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화상채팅의 효율성 문제다. 문제의 복잡성이나 심각성 그리고 민감성이 요구될 때 화상채팅은 효과면에서 대면상담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정보를 공유하는 교육적인 상담이 아닌 경우 특히, 부부관계 상담이나 심각한 내적인 갈등,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의 순간,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들은 화상채팅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개인적인 임상경험에 의하면 화상상담에서는 깊은 공감이나 몰입에 한계가 있고 중요한 단서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피상담자 입장에서도 문제에 대한 이해나 해결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변화를 위한 충분한 의지나 동기 부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경험한다.
심리치료는 독특한 개인과 주변 환경, 마음과 몸의 상호작용에서 생기는 복잡한 문제에 접근하는 서비스다. 심리 상담을 진단과 처방같은 약물치료로 생각하고 쉽게 접근할 경우 개인의 궁극적인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생각과 행동은 무의식이 일으키는 바다의 파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변화를 위해서는 진지한 자세와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대면상담인지 온라인 상담인지 구분이 쉽지 않을 경우 먼저 상담전문가에게 물어보거나 현재 자신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따라 결정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